상속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유언장이다. 그러나 유언은 원칙적으로 작성자가 사망한 뒤 효력이 발생한다. 생전에 치매나 중대한 질병으로 재산 관리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생활비와 치료비를 지급할지, 사망한 뒤 가족에게 어떤 순서로 재산을 넘길지까지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신탁법 제59조는 위탁자가 생전에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자가 될 자를 위탁자 사망 시 수익권을 취득하는 자로 정하거나 위탁자 사망 이후에 신탁재산에 기한 급부를 받는 자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와 사망 후 누가 수익을 받거나 남은 재산을 취득할지를 미리 계약으로 정하는 방식이다. 부동산을 신탁재산으로 할 경우에는 등기부에 신탁 사실을 등기해야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도 실무상 유의할 부분이다.이러한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 유언대용신탁이다. 재산을 가진 사람이 생전에 은행이나 신탁회사 등 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와 사망 후 누가 수익을 받거나 남은 재산을 취득할지를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임대수익을 생활비로 사용하고, 판단능력을 잃은 뒤에는 신탁재산에서 병원비와 간병비를 지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사망 후에는 배우자에게 매월 생활비를 지급하고, 배우자가 사망하면 남은 재산을 자녀에게 넘기도록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단계적 승계는 재혼가정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현재 배우자에게 재산을 모두 넘기면 배우자 사망 후 그 재산이 배우자 측 상속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배우자의 주거와 생활을 먼저 보장하면서, 최종적으로 남은 재산은 전혼 자녀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나 장애가 있는 가족에게 재산을 남길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재산을 한꺼번에 넘기지 않고 생활비와 치료비를 정기적으로 지급하거나, 자녀가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뒤 나누어 지급하도록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이나 임대용 부동산처럼 바로 나누기 어려운 재산도 일정 기간 통합 관리하면서 수익만 가족에게 배분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실제 이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유언대용신탁 가입액은 2025년 상반기에만 3조 7,663억 원으로 2024년 한 해 가입액(3조 5,072억 원)을 이미 넘어섰고, 2021년(1조 3,209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2.8배로 늘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맞물려 이러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언대용신탁이 유언장보다 언제나 안전하거나 우월한 제도는 아니다. 신탁재산의 법률상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이전되고, 이후 관리와 처분은 계약 내용에 따라 이루어진다. 계약서에 부동산 매각이나 담보 설정, 수익자 변경에 관한 권한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정작 재산을 처분해야 할 때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가족관계가 바뀌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계약 후 이혼이나 재혼이 이루어질 수 있고, 지정한 수익자가 먼저 사망하거나 자녀가 추가로 태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익자 변경, 중도해지, 예비 수익자, 신탁 종료 후 남은 재산을 받을 사람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유류분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했다고 해서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청구가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신탁 설정 시기와 재산 이전의 목적, 위탁자가 생전에 보유한 권리, 사후수익자가 받는 이익의 내용에 따라 유류분 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류분 회피만을 목적으로 계약을 설계하면 오히려 상속분쟁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세금 문제도 신탁 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최근 판례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익자가 사망 후 취득하는 것이 부동산 자체인지, 아니면 부동산을 처분한 대금인지에 따라 취득세 부과 여부가 갈린다.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4월 23일 선고한 2024누68714 판결에서, 위탁자 사망 시 수익자가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 처분대금에 대한 수익권을 취득하는 구조라면 취득세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후 대법원 2025두33790 판결에서도 수익 내용이 금전인지 부동산인지에 따른 판단 기준이 재확인되었다. 계약서에 수익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단위로 세금 부담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시 이 문언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
세금은 이 밖에도 신탁 설정과 유지, 사망 후 수익권 또는 부동산 이전 과정에서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등이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상품이 아니며, 계약 유지에 필요한 관리보수와 처분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세금 역시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신탁 설정과 유지, 사망 후 수익권 또는 부동산 이전 과정에서 상속세와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상품이 아니다. 계약 유지에 필요한 관리보수와 처분 비용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결국 유언대용신탁이 필요한지는 재산 규모보다 목적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생전 판단능력 저하에 대비해야 하는지, 배우자의 생활을 먼저 보장한 뒤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고 싶은지, 미성년 자녀나 장애가 있는 가족의 재산을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다.
반대로 재산관계가 단순하고 사망 후 특정인에게 바로 이전하려는 목적이라면 법적 요건을 갖춘 유언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분쟁을 없애는 만능장치가 아니며, 특히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설계라면 오히려 사후에 유류분 반환 소송이라는 새로운 분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승계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할 때, 그리고 유류분과 세금 문제까지 함께 검토할 여력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계약 전에는 누구에게 재산을 줄 것인지뿐 아니라, 치매나 가족관계 변화가 생겼을 때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취득세를 포함한 세금 문제는 없는지, 나아가 계약 내용이 신탁법상 신탁의 실질을 갖추고 있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처음 설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느냐가 자신의 뜻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반대로 재산관계가 단순하고 사망 후 특정인에게 바로 이전하려는 목적이라면 법적 요건을 갖춘 유언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분쟁을 없애는 만능장치가 아니라, 생전 재산관리와 사후 승계를 세밀하게 설계해야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다.
따라서 계약 전에는 누구에게 재산을 줄 것인지뿐 아니라 치매나 가족관계 변화가 생겼을 때 누가 어떻게 관리할지, 유류분과 세금 문제는 없는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처음 설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하느냐가 자신의 뜻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좌우한다.
법무법인 태림 서울 주사무소 하정림 대표변호사